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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이야기/역사속 미녀들

역사 속 미녀들(1) 백성을 위해 나체로 마을을 돌다, 레이디 고다이바

역사 속 미녀들(1)

백성을 위해 나체로 마을을 돌다, 레이디 고다이바



 쵸콜렛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고디바(Godiva) 쵸콜릿'을 아실 겁니다. 달콤 쌉싸름한 맛이 괜찮죠. 고다이바 쵸콜릿의 포장에는 한 여인의 일화가 적혀 있습니다. 바로 레이디 고다이바의 나체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던 일화인데요. 관행이나 상식, 힘의 역학에 불응하고 대담한 역의 논리로 뚫고 나가는 정치를 의미하는 ‘고다이바이즘(godivaism)’,몰래 엿보는 관음증을 뜻하는  ‘피핑 톰(Peeping Tom)’역시 그녀의 일화에서 나온 것들 입니다. 도대체 왜 백작 부인이나 되는 사람이 나체로 마을을 돌아야 했을까요?





백작부인은 왜 벗어야 했나?


고다이버 부인 (lady godiva), 1898, 콜리어(Hon John Collier)



11세기의 어느날, 영국 잉글랜드 중부 지역에 위치한 코벤트리(Coventry)는 왠지 활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거리에는 한명의 사람도 얼씬 거리지 않았고, 집에도 모두 커튼이 길게 드리 내리워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정적이 흐르는 거리에, 한 여인이 백옥같은 나체를 드러낸 채로 말을 타고 있었습니다. 이 기괴한 광경을 엿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겠지만,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커텐을 들춰보지도 않았습니다.


 이 여인이 바로 레이디 고다이바, 마을을 다스리는 영주 레오프릭의 부인으로 마을에서 가장 높은 여인이었습니다. 창녀가 스트립쇼를 한 것도, 광녀가 미친짓을 한 것도 아니었지요. 11세기의 영주의 부인이라 하면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지고 있는 여인이었을 것입니다. 그럼 어째서 그녀는 벗어야만 했던 것일까요? 



그녀의 남편의 말도안되는 조건


영주의 제안을 듣고 결심하는 고다이바 부인,1892, 레이튼(Edmund Blair Leighton)



 당시 코벤트리 지방을 다스리던 것은 레오프릭 영주였습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지위와 아리따운 여인을 가졌지만, 그는 매우 포악하고 잔악했었습니다. 그는 높은 세율을 매겨 영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었습니다. 이런 남편의 모습과 힘들어하는 영민들의 모습을 보고 괴로워 하던 여인이 있으니, 당시 16세에 지나지 않았던 고다이바 였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녀는 남편에게 여러차례 남편에게 세율을 낮추라 간청하였습니다. 이에 들은 척도 하지 않던 레오프릭은 어느 날, 듣다 듣다 참지 못해 그녀에게 소리칩니다. 


"만약 네가 나체로 말을 타고 나의 영지를 한바퀴 돈다면 세금 감면을 고려하겠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조건을 제시해 고다이바가 더이상 말을 못하게 하려 했던 것입니다. 지금도 이런 조건은 말도 안되는 것이지만 카톨릭이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했던 11세기 당시에는 더욱더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레이디 고다이바의 고민과 선택


2008년에 개봉한 레이디 고다이바를 각색한 영화



 11세기 사람들의 삶은 당연히 카톨릭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아직 헨리 8세가 성공회를 만들기 전의 영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여성들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는 '순결'이었습니다. 당시의 여성들은 남편과 잠자리를 같이 할 때까지도 중요부위에만 구멍이 뚫려 있고 성화가 그려져 있는 파자마를 입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실한 신자인 고다이바가 만천하에 나체를 쬐기로 선택하는 것은 어렵기 그지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어려운 선택을 해 내고 말았습니다. 남펴느이 말을 실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소문은 이윽고 코벤트리 마을 전역으로 퍼지게 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뜻에 감동받아 절대로 그녀의 모습을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운명의 그 날이 되었습니다. 정적으로 뒤덮은 마을에 말을 타고, 머리카락으로만 나신을 가린 그녀가 등장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말대로 마을을 한바퀴 돌았고, 이에 감명을 받은 남편은 더 이상 가혹한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신의를 저버린 피핑 톰


레이디 고다이바와 피핑톰 시계, 1950 코벤트리 소재



 하지만 자신들을 위해주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겠다는 마을 사람들의 결의를 지키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코벤트리 지방의 재단사 톰(Tom)은 굳게 닫힌 커튼을 살짝 걷어내고 레이디 고다이바의 나신을 훔쳐봤습니다. 숨막힐듯 아름다운 고다이바의 나체를 응시하던 그는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해 진 것을 느꼈습니다. 신의를 저버린 톰은 시력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관음증을 의미하는 '피핑 톰(Peeping Tom)'은 여기서 유래한 것입니다. '훔쳐보는 톰'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좁은 틈으로 어떤 대상을 집중해서 쳐다본다면 안압이 높아져 실명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레이디 고다이바는 실존 했나?


레이디 고다이바를 기리는 축제



  레이디 고다이바의 감동적인 일화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그녀를 다룬 그림,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예술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또한 그녀를 기리는 축제 또한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레이디 고다이바가 정말로 존재했었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코벤트리 마을에 고다이바와 레오프릭 부부가 존재한 것은 확실합니다만, 실제로 이런 일화가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피핑 톰'의 유래가 된 재단사 톰은 실존하지 않았고, 후대에 첨가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고다이바를 보고 싶다...


 하지만 그녀의 실존 여부를 떠나서 고다이바가 보여준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자세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백성들을 위해 자신의 종교적 신념, 수치심을 버리고 강경한 태도를 보여준 그녀의 모습은 앞으로도 귀감으로 전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희생도 마다않는 리더십역시 많은 리더들에게 영감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