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시대;
전국시대의 승려들은 어떻게 나라를 다스렸나?
일본 전국시대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혼간지의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절인데, 마치 한 나라와 같은 기능을 했던 혼간지, 그리고 카가 잇코우 잇키, 나가시마 잇코우 잇키 등의 세력도 쉽게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잇키는 다음 포스팅을 참조해 주세요.(잇키란 무엇인가?) 오늘은 승병에 대해서 알아보려 합니다. '
승병이라 하면 보통 우리는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으로 들고 일어난 사명대사 등을 떠올리지만, 일본 전국시대의 승병은 이런 의병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일단, 먼저 생각하셔야 할 것이 조선시대는 언제까지나 유교국가로, 지배층은 숭유억불 정책을 표방했습니다. 그렇기에 절들에는 많은 힘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우에스기 겐신이 자신을 '비사문천의 화신'이라고 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불교는 전국시대의 일본인들에게 널리 퍼져있는 국민종교였습니다.
유명한 72대 시라카와덴노는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은 카모가와의 흐름과 주사위의 눈 그리고 히에이잔의 승병이다.'라는 말을 했듯이 불교의 권위는 상상이상이여서 덴노도 함부로 할 수 없었습니다.(전국시대와는 다르게 시라카와덴노의 권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이런 승병의 발호는 종교의 영향력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경제적인 원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율령제의 붕괴 때문이지요.
간전영년사재법(墾田永年私財法)
나라시대에 다이호 율령으로 정해진 토지 제도가 유지가 불가능해지자, 모든 토지를 국유화한다는 것을 바꾸어, '개간한 토지는 개간자의 것으로 해 준다'라고 하는 획기적인 법률인 「간전영년사재법(墾田永年私財法)」이 반포됩니다. 여기서 이 것에 집중한 것이 다름아닌 사원들입니다. 원래 국가가 보호를 해주던 절들이 국가에서 경제적 지원을 끊자, 스스로 토지를 개간해야겠다 결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이 반포된다고 해서 바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중앙에서 파견된 귀족이나 황족이 새로 개간한 토지에 눈독들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영주들과 절은 무장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런 혼란기에 들어가면 불경을 읊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승병들은 점차 정신적 수련보다는 육체적 수령늘 주로 무장에 중점을 두기 시작합니다. 결국 절은 어느새 완전히 양아치가 되어, 절끼리 승병을 이끌고 전투를 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절의 타락은 갈수록 심해져 전국시대에 이르면 완전히 무장집단화 되어 버렸습니다. 전국시대에 혼간지를 창시한 렌뇨같은 경우에는 내쫓기기까지 해, 종교적 대립은 마치 세력간의 대립화 되었지요. 텐분호케의 란에서는 수도에 불을 지르기까지 하니, 당대 승병들이 얼마나 막장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고우야히지리(高野聖)
이런 승병의 타락에 빠뜨릴 수가 없는 것이 바로 고우야히지리(高野聖)입니다. 원래는 고노야마에서 수련하고 전국을 유랑하며 시주를 받는 승려들을 일컫는 것이었습니다만, 이들에게는 '야도가리(宿借)'라는 숙박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승려가 타락한 이후 변절 되어, 포목상, 상인이 되어 강제로 집으로 들어가 판매를 하거나 개중에는 젊은 부인들에게 수작을 거는 승려들도 나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성물이라며 재를 강매하기도 했기 때문에, 좀도둑들을 '호마의 재(護摩の灰)'라고 부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영주 휘하의 무사들과 별다를 바 없는 승려들이었습니다만, 아무튼 그들은 부처의 말씀을 따르는 이들이기 때문에 권력자라 하더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습니다. 정치에도 심하게 관여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하늘을 찌를 듯했던 불교의 권세는 '마왕'이라고까지 불렸던 오다 노부나가에 의해 어느정도 꺾이고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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